2021년에 꼭 이 글을 쓰려고 했는데, 귀찮아서 미루고 미루다 보니 벌써 22년 1월 7일이 되었다...
나는 21년, 21살이던 해에 1000만원을 모았다.
21년에는 엄마가 쓰러져서 병원에 오래 계셨는데, 이때 큰 돈은 아니지만 간간히 병원비도 보태면서 1000만원을 모았다.
그 과정과 후기에 대해 공유해보려고 한다.
우선 인증-
나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런데 친구들과 달랐던 점은, 성인이 되고 부터 부모님께서 경제적으로 거의 지원해주시지 않았다.
그래도 부모님이 지원해주셨던 것은 등록금과 학교 기숙사 비용, 그리고 한달에 30만원 상당의 용돈이었다.
이 용돈도 올 해 6월부터 30만원으로 올려 받았고, 그 전엔 한 달에 20만원을 받았다.
근데 또 이 용돈에 통신비와 교통비가 포함이었다.
대학교 2학년때 까지는 핸드폰 기기값 할부 때문에 한 달에 통신비가 9만원이었고 집도 교통비가 많이 나오는 곳이라 교통비도 거의 7~8만원정도가 나왔다. 즉 이 용돈도 거의.... 남는게 없는 돈이었다
거기에 21년 11월까지만 용돈을 받았고, 저번달인 21년 12월 부터는 용돈을 받지 않았고 앞으로도 받지 않을 예정이다.
이렇게 들으면 용돈도 다 받았으면서 뭘 지원을 안받았다는거지 싶지만 정말 이 돈들 빼고는 아무것도 지원해주지 않으셨다.
보통 주변에 보면 굵직굵직하게 돈 들어가는 것들을 부모님들이 내주시는데, 난 그런게 전혀 없었다.
부모님이 얼마나 경제적으로 지원을 안 해주셨냐면, 나는 컴퓨터공학과에 입학을 했는데 노트북도 사주지 않으셨다.
수능이 끝나고 시작했던 아르바이트를 통해 번 돈으로 입학 당시 노트북을 샀었다.
또 2학년 때에는 6개월동안 자취를 했는데, 이 자취 비용도 일절 지원해주지 않으셨다.
보증금부터 6개월간 월세, 관리비까지 내가 전부 벌어서 냈다.
나는 여행 다니는걸 좋아해서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까지 많이 놀러 다녔는데, 국내든 해외든 비용 지원은 해주지 않으셨다.
2020년 2월에 2주간 유럽여행을 갔었는데, 이 때 딱 한번 20만원인가..? 출국 전날에 주셨던걸로 기억한다.. 총 경비는 300에 비하면 큰 지원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모님을 비난하는건 절대 아니다. 각자의 집안 사정이 다 다르고 부모님의 가치관도 다 다르신거니까. 처음엔 조금 슬펐고 왜 친구들네는 다 이렇게 해주는데 나는 안해주냐며 대들었지만,
적응이 돼서 그런지 그냥 부모님 돈은 부모님 돈이고... 노후 대비도 하셔야 하니... 지원해주시는 것들만 받고 거기에 내가 최대한 일 해서 알아서 벌자... 이렇게 됐던 것 같다. 입학 당시 노트북을 살 때에도 두세달간 아르바이트 했던 돈이 한번에 날라가는 것이 아깝긴 했으나, 그렇다고 부모님이 원망스럽고 싫고 이러진 않았다. 지금도 난 엄마를 사랑한다.
어쨌든, 이런 상황 속에서 난 21살에 1,000만원을 모았다.
워낙 이런 환경 속에서 생활해서 그런지, 오히려 더 돈을 악작같이 모았던 것 같다.
워낙에 돈에 관심도 많았고, 돈 관리 하는걸 재미있어 하는 성격이어서 그런지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는 그냥 즐겁게 돈을 모았던 것 같다.
1학년 땐 1년간 200만원, 2학년 땐 300만원, 그리고 3학년 땐 1,000만원을 모았다.
1학년 때에는 진짜 수업 없는 날마다 아르바이트를 갔던 것 같다.
맘스터치에서 내 인생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나서 호텔 푸드코트, 편의점, 호텔 수영장, 호텔 식당까지 쉬지 않고 일 했던 것 같다. 본가 근처에 호텔이 많아서서, 항상 일용직 일자리가 많았다. 여름방학 때 부터 호텔에서 일 하는 방법을 알았고 이때부터 정말 많이 일 하러 갔었다. 2학기 때에는 금요일이 공강이었어서 금토일 알바하러 갔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때부터 주식을 시작하긴 했는데, 이 땐 정말 원금 10만원 정도...로 했었다.
2학년 때 부터는 내 몸값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1학년 12월 부터 과외를 시작했는데, 이 때는 시급 3만원 정도 받고 했었다. 그렇게 1년간 과외를 주로 하고 돈이 부족하다 싶을 때는 쿠팡을 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매주 시간이 정해져있는 아르바이트보다 일용직을 훨씬 선호한다. 매주 특정 시간에 아르바이트가 있으면 놀러갈 때마다 신경 쓰이고... 대타를 구하기도 쉽지않고... 그래서 오랜 기간동안 한 곳에서 길게 아르바이트 하는 친구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암튼 그래서 2학년 때부터는 돈이 없을 때 쿠팡도 꽤 다녔었다. 근데 이 '돈이 부족할 때'라는 기준이 내 생각엔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달랐던 것 같다. 나는 항상 적금에 최소 100만원은 있었고 거의 항상 적금+주식에 200만원정도는 있었던 것 같다. 근데 이 돈은 절대 빼서 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 생활비와 목돈은 전혀 다른 돈이라 생각했고, 아무리 주식과 적금에 돈이 많아도 거기서 돈을 빼지 않고 그냥 그때그때 쿠팡을 갔다. 그렇게 했었기에 돈을 잘 모을 수 있었던 것 같다.
3학년 때도 쭉 과외를 했고, 돈이 부족하면 간간히 쿠팡을 갔다.
과외생이 고3이 됐다는 핑계로 과외비 5만원을 올렸었고 학교에서 근로를 시작했었다. 그래서 3학년 1학기 때에는 달에 과외 40 + 근로 40 + 용돈 20을 벌었어서 쿠팡을 많이 가진 않았다. 그래도 돈이 떨어지면 다니긴 했었다. 그러다가 8월 부터는 갑자기 ipp 현장실습을 갔고 이 때 부터는 한 달에 월급 170 + 과외 40 + 용돈 20을 받았다. 또 3학년 11월 부터는 새로운 과외를 시작 했는데, 이건 시간당 4만원 이상 받았다. 솔직히 이 때 돈을 많이 모으긴 했다. 월급을 받으면 병원비를 내지 않은 달에는 무조건 100만원은 바로 적금이나 주식에 넣었다. 병원비를 낸 달에도 60이상씩은 넣었던 것 같다. 이렇게 8월부터 돈을 모아 12월 31일에 딱 마지막 월급을 받은 후에 통장에 1,000만원이 찍혀 있었다.
그런데 난 솔직히 돈을 모을 때 중요한건 수입보단 지출인것 같다.
어릴때부터 옷을 많이 물려받기도 하고 학생때부터 부모님이 워낙 비싼 옷들을 안사주셨어서 그런지, 나는 옷 욕심, 특히 브랜드 욕심도 전혀 없다. 오히려 10~20만원짜리 옷을 살 바에는 '그냥 그 돈 차곡차곡 모아서 나중에 샤넬에서 트위드 세트나 사지...^^' 하는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2학년 때에는 살이 10키로나 쪘어서 더더욱 옷을 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1~2학년 통 틀어서 옷에 쓴 돈이 30만원도 되지 않는다. 그러다 3학년 때에는 그 10키로가 다시 빠져서 옷에 돈을 조금 들이긴 했다. 근데 이마저도 나는 비싼 옷 한두개 보다는 싸고 예쁜 옷 여러개 사서 오래 입는 스타일이라 21년에는 총 30~40만원정도 옷에 썼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쓸데 없는 데에 큰 돈을 잘 안쓴다. 이건 뭐... 그냥 성향인 것 같다. 자취를 했을 때에도 당연히 예쁘고 깔끔한 신축 오피스텔에 살고 싶었으나, 내 현실을 직시하고 그냥 현실적으로 주방분리에 발코니 있는 연식이 어느정도 된 구축에 들어가 살았다. 놀러오는 친구들마다 인테리어가 이게 뭐냐고 놀렸으나(벽에 꽃무늬 벽지가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난 뭐 만족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여행과 음식이었다.
돈을 모으기 위해서 살진 않았다. 쓰기 위해서 모으는 것이었고, 모은 돈을 여러군데에 쓸 수 있지만 나는 여행에 쓸 때 유일하게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래서 1학년 땐 부산(경비 40?), 제주도(경비 60)와 코타키나발루(경비 100)를, 2학년 때에는 강릉(경비 30?)과 유럽(경비 300)을, 3학년 때에는 부산(경비 40)과 제주도(경비 40)를 다녀왔다. 알차게 놀러다녔던 것 같다. 코로나 전에는 여행을 위해 돈을 모은다고 생각했었을 정도였다. 이걸 다 쓰고도 2021년 12월 31일에 모은 돈이 1,000만원 이었다.
음식에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것도 평소에는 학교 근처에서 한 끼에 5~7000원 정도로 먹고, 특별한 날 먹는 것에 아끼지 않는 다는 것이다. 유명한 고깃집에 갈 때는 인당 3~5만원도 그냥 쓰는 것 같다.
뭐 대략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1,000만원을 모을 수 있었다.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많은 돈을 쓰긴 했다. 애초에 퇴사하고 나서 맥북이나 데스크탑을 사려했고, 피티를 등록하려 했었다. 그래서 맥북 100 + 피티 60 해서 벌써 200만원 가량 돈이 날라가긴 했다. 그래도 난 뿌듯하다.
작년 말즈음 부터 돈에 더더욱 큰 관심이 생겼다. 유튜브를 통해 제태크와 자산 관리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기 시작했다. 김짠부님 유튜브를 보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노동에 대한 가치관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엔 무조건 좋은 직업을 가지고 최대한 오랫동안 일을 하며 열심히 모으면 풍족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러 자수성가 부자들의 인터뷰를 보고 절대 노동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도 직업의 귀천보다는 제태크가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새 해부터는 김짠부님의 책 추천 영상을 보고, 현재 '부의 인문학' 이라는 책을 읽는 중이다. 아직 많이 읽진 않았지만 벌써부터 친구들한테 추천하고 다니는 책이다. 자본주의 시장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김잔부님 책 추천 영상 -
https://youtu.be/-bZvvRDyrdI
말이 너무 길어진 것 같은데, 요약하자면 나는 항상 수입이 들어오면 대부분을, 최소 절반 이상은 적금에 넣었고 조금씩 조금씩 주식에도 넣었다. 쓰고 남은 돈을 저축해서 돈을 모으려면 평생 못 모은다. 돈을 모으고 싶다면, 무조건 일단 저축하고, 남는 돈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옷, 꾸미는 것 등에 돈을 거의 쓰지 않았다. 꼭 필요한게 아니면 거의 사지 않았다. 안 쓰고 안 먹고 아끼면서도 악착같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았다. 돈을 모을 생각이 없는 사람들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본인의 인생은 본인 스스로가 책임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또 현재를 위해 소비를 많이 하는 사람들도 모두 존중한다. 각자가 생각하는 행복은 다 다르니까. 그러나 돈을 많이 모으고 싶은 사람들은, 나 처럼 아끼고 열심히 일 해서 모으면 무조건 모을 수 있다고 말 해주고 싶다.